저는 책을 동시에 2~3권정도 읽는 편입니다. 출퇴근할 때 읽는 책은 가방에, 거실에서 짬 날때 읽는 책은 식탁 옆 책장 위에 그리고 잠자기 전에 읽는 책은 침대 옆 바닥에 편하게… ‘어디서 살 것인가’는 식탁 옆 책장 위에 두고 읽었던 책입니다. 책을 반쯤 읽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던 책인데 이미 저자는 TV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해 꽤 유명인이셨습니다. (저만 모르고 있었던 거죠)
오래 전 충북 보은에 있는 99칸 선병국 고택을 방문 해 건축 전공자에게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새로운 시각으로 한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왜 99칸으로 지었는지(임금님이 사는 궁만이 100칸이었고 아무리 재력이 뛰어나도 그 그 이상을 지을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한칸은 현대와 비교했을 때 작을 수 밖에 없는지(석가래를 나무로 얻으니 그 하중으로 견딜 수 있는 나무의 크기로 제한이 되었다고 합니다. 현대의 철근과 콘크리트가 없는 시대니까요).. 그리고 대청을 통해 이뤄지는 안뜰과의 공기 순환 원리 등..(뒤뜰의 지대가 높고 대청 마루를 통해 내려다 보이는 안뜰은 낮게 두었습니다. 그리하면 공기가 앞뒤고 순환되어 통풍과 온도 조절이 자연스럽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정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고 나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익숙한 한옥의 기와도 처마도 기둥도 모두 새롭게 제대로 보이게 된것이지요. ‘어디서 살것인가’는 이러한 어렴풋한 기억을 가지고 있던 제게 오랜 기억을 일깨워주고 좀 더 폭넓고 깊은 이해와 즐거움을 선사한 책입니다.
저자 유현준씨는 이미 건축가로써 사회 여러분야에 의미있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하버드, MIT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현재 국내 대학에서 건축대학 교수이면서 본인의 이름을 내건 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건축에서 본인이 중요시 여기는 화합/상생/조화로움의 평화 등의 가치를 중심에 둔 건축 디자인과 시공을 통해 국내외 유명 건축상을 수상한 화려한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갖고 있는 인류 – 문명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 그리고 그 해박함을 건축과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명료하고 간결하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삶에서 생존에 직결되어 중요한 세가지 요소인 ‘의/식/주’ – 공간과 건축은 ‘주’, 를 제외하고 삶과 문화/역사를 이야기는 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입니다.
대부분의 책은 저자의 중요시하는 화두를 책 서두에 두게 됩니다. 저자는 현재 한국의 학교 건물을 분석하고 개선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 꽤 많은 분량으로 첫장에 다루고 있습니다. 저도 많은 부분 통감하고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두 딸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더욱 컸습니다. 예전에 학교 건물에 창문이 많을 수록 그리고 넓어질수록 그래서 외부 자연이 더 잘 보일수록 (일조양도 관계가 크겠지만) 학생들의 집중력과 창의력이 높아지고 정신적인 건강(스트레스 지수, 우울감 등) 지수도 상당히 개선이 되었다는 여러 보고서를 접한 적이있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학교 건물이 앞으로 변화해야 할 방향에 크게 공감하고 지지를 했습니다.
한가지 더 제가 유현준 작가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가 이러한 고민과 철학을 행동에 옮기고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그럴 때 기존 사회의 기득층과 관료주의가 얼마나 이를 힘들게 하고 개선의 힘을 끌어내리고 있는지를 담담하지만 무게있게 적고있는 것입니다. (많은 저자들이 ‘앞으로 이래야 한다’라는 청사진과 이상을 제시하고 실행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말입니다)

건축에 대한 편협한 제 시각은 한국의 전통 가옥은 가치와 신념 그리고 오랜 지혜가 추적되어있지만 현대의 건물 (특히 상자모양의 아파트며 고층 건물들)은 상대적으로 기술이 만든 건물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현대 건축에 녹아있는 고민, 건축물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문화까지 이르는 파장 등 좀 더 포괄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책 한권으로 해당 분야의 지식을 모두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단지 동일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 생각과 관심이 바뀌고 관련 분야의 지식이나 이야기를 습득하는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니 책 한권이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무척이나 크다고 하겠습니다.
삶이 머무르고 변화해가는 공간인 건축을 좀 더 의미있는 시각으로 이끌어주는 책 – 저자가 이야기를 전개 해가는 힘이 탁월해 건축에 무지한 제가 너무나도 즐겁게 호기심으로 읽어내려갔던 책, ‘우리는 어디에 살것인가’ 한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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