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혜기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회사 동료 소개로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캐스트 들으면서 였습니다. 제가 처음 빨간책방을 듣기 시작한 것은 이미 팟캐스트를 시작한지 3년 후 쯤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없이 그녀는 이미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발음이나 특유의 툭툭 끊기거나 던지는 듯한 말투가 익숙치 않아 어색했습다만 듣던 회차가 끝나 갈 무렵에는 이다혜 기자의 사안에 접근하는 독특한 관점과 깊이 있는 시각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한동안 퇴근길에 주로 듣다가 잊고 지냈고 2주 전 퇴근 길에 다시 빨간책방을 선택 해 들어가니… 7년여 간의 방송을 마무리 하고 이미 종영이 되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아쉬워라….다행인 것은 제가 그간 못들었던 방송 리스트가 길게 저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퇴근 길에는… 정신적으로 과부하 걸린 둣한 저를 느끼곤 합니다. 라디오 보다는 좋아하는 책 이야기가 좋겠다는 생각이 퍼득 들어서 우선 종영 바로 전 방송을 선택하니 이다혜 기자의 책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산 책’ 코너) 집 주차장에 도착 하자마자 예스24 카트에 담아뒀던 책과 함께 ‘주문’ 버튼 클릭!

책은 출퇴근 시간 포함 3일 정도에 다 읽을 정도의 (276페이지의 핸드북 크기) 책으로 에세이라는 특성 상 쉽게 읽히는 책입니다. 단지 제게는 저를 둘러 싼 상황을 생각하며 꽤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습니다. 책 내용이나 글의 구성이 아주 잘 다듬어져 있다거나 정교하게 맞물리는 부분은 없지만 (이다혜 기자의 느낌에 맞게) 본인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감없이 직선적으로 여기저기 던져 놓아 읽은 내내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읽어 간 책입니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책 표지 글에도 말해 두었듯이) ‘페니즘적 책 읽기’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리고 자신의 지나온 길을 회고 해 보고 다시 관점을 바꿔 반추 해 보고 그리고 책을 함께 읽는 독자들과 나누고자 하는 책입니다.

저는 여중/여고를 나와 컴퓨터 공학과에 진학했기에 약 6년여 간 남자가 없던 학교 분위기에서 갑자기 여자가 적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하면서 대학 생활을 시작합니다. (푸핫) 그리고 졸업 후에는 학교 때보다 더 여자가 적었던 정보통신 연구소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8년여 정도 경력을 갖고 그 이후 더 여자가 적어지는 경력이 계속 이어져 오늘 날에 이르게 됩니다. (상품기획/전략, 기술영업, 엔지니어 그룹 등)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다혜 기자가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상황을 예외없이 저도 경험하고 고민하고 지나 왔다는 겁니다.

여자라서 더 튀고 더 관심을 받고.. 어쩌면 남자들이 보기엔 상대적으로 더 인정 받기도 했던 제 20여년 간의 경력… 어떤 실장님이 제게 일 잘한다고 진심어린(진심이셨을까?) 칭찬이라고 하신 말이 ‘임 차장은 정말 다른 여자같이 않게 일한다니까!’ 그럼 이제까지 그 실장님과 같이 일했던 여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일을 했던 것일까? 그리고 내가 그런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실 거라고 생각하셨던 걸까?
전 당시에도 성격 좋은 여자가(?)가 아니었던 관계로 ‘네? 다른 여자들이 어떻게 일하는데요?’ 라며 바로 되물었습니다. 저에게는 그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몇 번인가 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의견을 묻곤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직급이 올라가니 주변에는 더욱 더 여자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여중/여고 그리고 대학 때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제 주변에 있던 여자 동료들은 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물론 직장 생활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절대 될 수 없지요. 단지 직장에서 경력을 더 갖고자 희망했던 동료들이라고 한정을 짖고자 합니다. 또한 임원 승진은 여자에게만 힘든 것이 절대 아니며 직장인 모두에게 아주 제한적인 포지션이니 이를 너무 일반화할 수는 없겠습니다.)
이제는 조직 내 한 둘있는 여자 팀장을 보면서 남자들 대비 뛰어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보게 됩니다.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에서 특히 자기 검열이 강하고(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 ) 주변 부서와의 협업과 어울림 보다는 주어진 업무 성취 그 자체에만 큰 우선 순위를 두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을 문제라고 비웃고(그래서 여자는 조직 승진에서 한계가 있다니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강점은 이러한 부분이라고 명확히 알려주고 적합한 업무를 고민하고 그리고 개발이 필요한 부분에 노출을 서서히 가져 갈 수 있도록 같이 노력 해 가는 것이 제가 여자라서 지원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 해 봅니다.
‘나는 아직도 너무 부족하다….’ 이미 어떠한 시각은 오래된 학습으로 남성의 잣대에 이입되어 여성인 제 자신과 동료들을 왜곡하기도 하고 편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고 중심에서 이 만큼 틀어진 내 관점을 다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매력 때문에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고 이를 통해 객관화 된 관점으로 내 자신을 다시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가 봅니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아주 작은 것부터 천천히,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인격체입니다. 그 사실을 어떤 순간에라도 기억하세요. 여성으로서 살아갈 여러분의 나날이 도전과 성취로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이다혜 기자의 강의 –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여학생들을 위한 강의 마지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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