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문학동네) (2020. 1. 5.)

장편 소설 ‘고래’를 알게 된 것은 빨간책방 팟캐스트를 처음부터 다시 듣기 시작하면서, ‘제1회 – 2000년대 가장 재미있는 한국 장편소설’을 통해서 였습니다. 같이 소개 된 ‘7년의 밤’은 이미 읽었고 소개 된 내용이 흥이 넘치길래 몇 개월 전에 온라인 서점 카트에 담아 놓았다가 첫째의 수학 문제집을 주문하면서 이번주에 같이 구매 했습니다. 책 뒷부분에 실린 심사평(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 이므로)을 제외하고 421페이지 분량의 소설인데 금요일 저녁에 읽을까 말까 하다가 손에 잡고서는 잠자리 들기 전 늦은 시간까지 읽고 둘째아이 놀이터에 따라가 옆에 앉자서 읽고, 토요일 밤이 늦었을 때 다 읽었을 정도로 전체적인 소설의 흐름이나 몰입도가 상당히 높은 소설입니다.

책을 탁 덮었을 때 ‘우아.. 참 멋진 소설이네’, 특히 후반부에 느껴지는 춘희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과 환희 그리고 여운이 오래 남아 잠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책의 주인공은 춘희라는 여인이고 그녀의 삶이 탄생하기 전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삶이 얽히고 섥혀 현재에 이른 이야기이다 보니 (같은 여자가 느끼는) 그녀들의 삶 자체에 대한 안타까움과 굴곡이 더 심하게 느껴져 어떠한 부분은 슬프고 어떠한 부분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불가능한 상상이겠지만 .. 마치 작가가 자리에 탁하고 앉자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써 내려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흡이 아주 긴 소설이고 책을 읽는 다기 보다는 어느 입담 좋은 중년의 이야기 꾼이(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 낸) 바로 앞에 앉자 신명나게 추임새를 넣고 장단까지 쳐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느끼게 하는 소설입니다. 그러다 보니 바로 다음 단락, 심지어 뒷장에 어떠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 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울 정도로 내용의 전개가 역동적입니다. (정재되고 다음어진 글이라기 보다는 마치 즉흥적인 이야기가 앞뒤를 다투며 전개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내용의 전개가 흥미위주로 마냥 재미있게 그리고 가볍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190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까지 한국의 역사적, 정치적,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변화를 아주 정교하게 따라가며 주인공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지내왔는지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처절하게 그려내고 있기도 합니다. 문체가 해학적이고 화자도 여러차례 언급했듯이 일부 이야기는 부풀려져 있고 어떤 부분은 사실 확인이 어렵기도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너무나도 초자연적인 힘이 강하게 개입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전달되는 팍팍하고 애닯고 그리고 가슴 먹먹한 우리네 삶의 흐름…

신명나고 특별한 느낌의 소설 한편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천명관작가의 장편소설 ‘고래’를 강력 추천합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