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얼굴 한번 보자던 친구의 점심 약속을 코로나 사태로 이리저리 미루다가 5월 말에서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친구를 좋아라 하는 이유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 (약간은 교과서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저와는) 다른 시각을 갖고 살아가는 친구라 거의 정기적으로 만나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곤 합니다.
그 친구는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어 이번 코로나 사태가 마케팅 분야에 끼친 영향에 (현재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는 국내/국외 회사 행사들이 취소되고(교육, 세미나 등) 어떻게 진행했는지 등을 이야기 하고) 비대면 기반의 기업 행사 – 컨퍼런스와 제품 홍보 등 ..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질 때의 시행착오… 서로가 급작스럽게 체감한 세태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 주로 했지요. 그 친구가 이러한 내용을 아주 잘 예견하고 정리한 기사가 있다면서 제게 링크를 공유 해 줍니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더 평등하고 더 깊어진 ‘언컨택트 사회’ 진짜 실력자만 살아남는다”)
기사를 읽는 동안 내용 자체가 매력적이고 역어 낸 문체가 유려 해 인터뷰 대상자인 김용섭님이 출간한 책 ‘언컨택트(uncontact)’와 2013년부터 매 해 라이프 트렌드를 출판 해 왔다는 언급이 있어 ‘2020년 라이프 트렌드 – 느슨한 연대’를 포함 해 두 권의 책을 구매 했습니다.

김용섭님은 트렌드 분석가이며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 상상력 연구소’ 소장입니다. 국내 대기업과 공공기관 그리고 각종 미디어에서 연구 주제와 저작을 바탕으로 한 2000여 이상의 강연을 진행 한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저만 잘 모르고 있었을 뿐 ㅎㅎ) 그리고 무엇보다 2013년 부터 라이프 트렌드를 분석 해 책으로 출간하고 있었습니다.
책 서두에도 밝히고 있듯이 코로나 사태로 강연 및 컨설팅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강제 휴가에 놓이게 되자 ‘위기의 시기에는 각자의 일에 충실한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 하에 2020년 라이프 트렌드에서 이미 하나의 큰 주제로 다뤄 예견했던 내용 – 느슨한 연대/비대면, COVID-19 사태로 급 전개되어가는 언켄택트의 면면을 실시간의 느낌으로 다뤄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언컨택트의 전반적인 내용은,
– COVID-19로 인해 갑작스럽게 비대면의 요구가 생겨나고 확산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그러한 변화가 이미 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좀 더 가속화 되었음
– 언컨택트의 핵심 배경은 ‘불안’ 과 ‘편리’라는 것 그리고 언컨택트는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대면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필요 이상의 불편함과 미안함을 제거한 더 촘촘한 관계(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형성을 의미함
– 언컨택트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영역이자, 미래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메가 트렌드 중 하나라는 것(언컨택트는 전염병이 만든 트렌드가 아니라 이미 확장되려는 트렌드였다는 것)
이 책에서는 크게 3가지 분야의 언컨택트에 대해서 다양한 주제를 과거-현재까지의 통계 및 트렌드를 분석하고 (as-is) 그리고 향후 시사점을(insight, further directions) 이야기합니다.
1) 일상에서의 언컨택트 –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될 때
2) 비지니스에서의 언컨택트 – 기회와 위기가 치열하게 다투는 과도기
3)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 더 심화된 그들만의 리그와 양극화
‘일상에서의 언컨택트’는 COVID-19 사태가 몰고 온 우리 일상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들이 몰고 온 사회 전반의 파급력을 이야기 합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비대면 욕구의 사례, 이를 뒷 받침하는 통계, 그리고 근거, 역사적인 배경 등이 잘 요약되어 있어 흥미롭고 빠르게 읽혀집니다.
‘비지니스에서의 언컨택트’는 필자도 집중하는 분야여서 그런지 가장 많은 19개의 소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 가장 많은 줄을 긋고 고개를 주억거리고 ‘아하’ 감탄사와 같이 읽어 간 단락이기도 합니다.
COVID-19로 많은 기업들이(제가 근무하는 회사를 포함 해) 전례없던 재택과 원격 근무를 급작스럽게 시행하게 되었는데 사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여러 외국계 기업들은 재택을 포함한 유연 근무제를 도입 해 실행하고 있었으며 이는 업무 생산성 향상과 직원 만족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기업에서 기술적인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또는 다른 기업들이 하니까 재택/유연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라 더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이 있기에 목적성을 갖고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한국 비지니스의 관성이(만나야 좋고, 만나서 해결해야 하는 등 인간관계 위주의 비지니스 문화) 기술적인 발전과 준비 여부와는 상관없이 재택/유연 근무제 도입을 막고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반 강제적으로 시행하고 나니 의외의 긍정적인 경험을 한 부분도 향후 좀 더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는 사회 안의 인간 관계의 변화로 인한 언컨택트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언컨텍트 사회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끼리끼리’ 문화 – 검증되고 안전한 사람이자 서로 비슷한 수준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 간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서두에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대면/비대면 사회에서 점점 심각 해 지고 있는 ‘디지털 디바이드’ (기술격차 – 노령 인구)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 IT 기기를 다루느냐 못 다루냐의 문제가 아니라 IT가 경제, 산업, 사회, 문화를 장악한 지금 시대에선 사회 생활의 불편함을 야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느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언컨택트는 사람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직접 대면하지 않고서도 사람이 직접 대면했을 때 만큼, 때로는 그 보다 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편의를 누리는 게 핵심 키워드이다. 비대면인데 대면보다 더 불편하고 번거롭다면 그걸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언컨택트 사회가 추구하는 바를 가장 명확히 표현한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디지털 대면 시대에 수집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그리고 이를 통한 편리한 서비스 제안. 하지만 편리한 이면에 존재하는 개인정보 보호의 취약성, 유출 그리고 악용의 우려 이와 맞닿아 있는 감시와 통제 사회에 대한 두려움. 앞으로도 많은 토론과 제도적인 안전 장치가 필요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음을 느낍니다.
COVID-19 상황이 안정화 된다고 해도 우리의 삶/업무방식/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완벽한 회귀는 불가능 해 보입니다. 당장 기업들은 이번 코로나 대응으로 디지털 대면 비지니스의 높은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기존에 비대면이 갖고 있던 신뢰의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물론 완변학 디지털 대면보다는 하이브리드 – 대면/비대면의 장점을 취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 도입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긴급하게 시행된 재택 근무로 인해 재택/원격 근무의 장점을 경험하고 확인했기에 이를 부분 또는 전면 시행하려고 검토하고 있는 회사들이 많고 비대면 배달 서비스의 활성화는 계속해서 성장 기조를 유지 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피할 수 없는 언컨택트 사회의 흐름을 외면하고 우회하려는 노력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발 빠르게 도입하는 전략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해 봅니다.
COVID-19의 2차 파고를 격고있는 요즘 여전히 많은 것들이 불명확하고 불안하지만 타 비지니스 잡지의 글보다는 한국의 현실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4월에 출판되어 최신의 내용을 잘 정리되어 있는 책, 그리고 2020년 라이프 트랜드 집필을 위해 분석한 방대한 데이터와 보고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깊이까지 갖추고 있는 책 ‘언컨택트’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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