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은 빨간책방/다시듣기를 통해 접했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 2020년 연말 연휴에 읽고 싶은 마음에 ‘에브리맨’과 같이 주문한 책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65세의 영문학과 교수의 하루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는 그 시점부터 그 날 저녁 잠자리에 들면서 죽음을 맞이하기 까지 주인공이 느끼는 삶에 대한 감상 그리고 추억을 섬세하고 절절하게 담고 있습니다.
현대 영미 문학의 대가 중 한명답게 소설 속에 자리하고 있는 삶에 대한 작가의 뛰어난 식견과 표현들…. 번역서가 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내용 측면에서는 단연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노년’에 대해 깊히 생각 해 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게도 이제는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 단어 – ‘노년기’… ‘에브리맨(71세)’에 비해 ‘싱글맨’의 주인공은 65세, 그래서 인지 상실감이나 감정의 처절함은 덜하지만 60세를 넘은 나이이기에 생각하게 될 많은 것들 – 아쉬움과 어쩔 수 없음으로 인한 허탈함은 마음 한켠을 무겁게 누릅니다…
주인공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저 동물은 끝날 때까지 계속 싸우리라. 용감해서가 아니라 다른 대안은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삶에 대해 자조적이지만 비장함이 묵직하게 자리한 문장에 한참 시선이 머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이제는 아침이 힘겹게 느껴지는…늙어가고 있는 육체와 자기자신)
저자가 책에 대해서 이야기는 부분은 그 실랄함이 좋아서 메모를 해 두었습니다.
‘이 책들 때문에 조지가 더 고생해 지지도, 더 나아지지도, 더 진정으로 현명해지지도 않았다. 조지는 책의 목소리를, 기분에 따라서 이 목소리 저 목소리를 듣기 좋아 할 뿐이다. 사람들 앞에서는 책을 존중하는 듯 말하지만, 꽤 무자비하게 책을 오용한다. 잠들려고, 시곗바늘에서 주의를 돌리려고, 계속 되는 육체의 고통의 달래기 위해, 우울에서 벗어 나려고, 배설을 위한 장 운동을 도우려고…’
저도 크게 동의하는 부분으로 제가 책을 읽는 이유 중에 하나도 머리 속에서 끊임없는 들고 나는 쓸데 없는 생각을 잠시나마 멈추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래서 해당 대목에 이르러서는 크게 소리 내에 웃어주고는 왠지 모를 통쾌함과 부끄러움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주인공 조지가 강의에서 진심을 다해 내용을 전달하지만 강의실 내 학생들을 둘러보며 독백하는 내용도 인상적입니다.
‘조지는 거리에서 진짜 다이아몬드를 5달러에 파는 사람일 뿐이다. 바삐 지나가는 대 다수의 사람들은 절대 그의 말을 믿고 발걸음을 멈출리 없을테니, 그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이해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해당 문장은 제가 나름대로 옮긴 것으로 특히 이러한 부분에 번역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책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도 눈에 거슬리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조지는 최근에 사랑하는 파트너를 잃음으로 인해 삶에서 느끼는 상실감이 극대화 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다시 갖을 수 없는 파트너와 함께한 소소한 일상의 추억, 젊음이 주는 삶의 역동성에 대한 향수…이러한 주인공이 자신의 하루를 관조적으로 때로는 무심한 시각으로, 특별히 파격적인 사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깊은 사색 그리고 잔잔한 추억들로 확장되어 읽는 내내 높은 몰입감을 유지하게 합니다.
삶을 바라는 그 시각 자체만으로 향이 깊고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소설 – ‘싱글맨’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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