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책방 추천도서로 1월 초에 읽고서는 벌써 주변 지인들에게 7권 정도 선물한 책 ‘철학자와 늑대’ 입니다. 빼곡한 메모 그리고 많은 생각의 잔상들이 아직도 제게 긴 여운을 남기고 있는 책입니다 – 여러 곳에 붙여 놓은 포스트-잇을 따라서 밑줄 친 내용만 다시 읽어도 참 좋습니다..

저자인 마크 롤랜즈는 특출한 학자이자 철학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뛰어난 학위 이력이나 저작 활동을 넘어서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느끼는 깊은 긍휼감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문, 인간으로 인해 파생되는 현상들에(생면/환경 – 대부분 부정적인) 대한 관점이 참 좋습니다.
… 우리 인간은 우리가 싫어하는 측면은 의도적으로 거부한다…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인류 대비 자연 섭리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한차원 높은 존재 – ‘늑대’가 이를 대변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이 세상에서 자연의 속도에 반해 조급해 하는 존재는 인간 밖에 없는 듯 싶습니다.

(작년 말에 JUSTICE를 읽고 나서인지) 이마누엘 칸트의 인식론을 인용 해 저자의 관점을 정리 해 가는 대목에서는 다시금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곤 했습니다.
….폭력적인 상황에서 (조작 된) 무력에 처한 상대를 존중하기 위한 유일한 동기는 ‘도덕적 동기’ 뿐이다. 도덕적 동기는 그래야 옳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 나는 항상 약자에 대한 태도를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한다 – 상대 또는 내 자신의 평판이나 불이익 방지를 위한 의도적인 존중은 순수한 선이라고 볼 수 없다는 부분도 크게 공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공정 해 보이는 계약이라고 해도 그 이면에 깔린 계산(시뮬레이션) 때문에 절대적으로 타인을 위한 계약/배려란 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제까지의 인간 사회의 계약들은 모두 얻을 수 있는 잠재이익 그리고 손실 방지를 위한 계산이 저변에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지요.

개인의 행복이란 특정 사회의 문화/기준/사회 수준과 기대에 기인한다기 보다는 그 상황을 어떻게 내가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다 – 즉 감정에 달려있는 것이지요. 저는 인간은 철저하게 감정적인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행복/직장 생활의 질적인 측면도 생각 해 보게 됩니다. 직장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접점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 하지만 모두 개인의 느끼는 감정으로 직장 생활이 질이 (동일한 환경 하에 있다 해도) 높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질은 대부분 특정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변화(새로운 것, 익숙히 않은 것)’에 대해 느끼는 스트레스와 부담은 그 변화가 자체에서 기인했다기 보다는 그 변화에 대해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른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약간은 집착 수준의 키워드 – 행복 그리고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부분도 그 문제 자체가 갖는 특성/상황보다는 내가 느끼는 감정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삶에서 ‘죽음’이 항시 곁에 있음을 기억해야하는 이유는 삶이 유한하다는 것 그리고 현재 이 순간에 집중 해 최선을 선택을 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자유로움과 행복감을 희생하면서 미래의 목표에 집중하는 인간의 삶 – 그 미래는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어찌보면 과거는 지나갔고 현재도 과거가 되는 순간 순간이니 미래를 지향하지 않는 삶은 그 의미와 방향성을 잃을 수 있겠지요 (늑대나 성인처럼 현재 이순간에 오롯이 집중 해 살아갈 수 없는 범인의 삶이라면 말입니다)

… 행복이 무엇이든 그것은 감정이다. 영원토록, 부질없이, 감정을 추구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의 정의이다. 다른 동물은 감정을 좇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감정에 그토록 집착한다….
행복이란 감정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는 것이 (인간은 감정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므로) 항상 즐거운 사람에게 그 즐거움이 더이상 새로운 즐거움으로 와 닿지 않고 실상 불행했거나 마음이 괴로운 사람에게 다가온 행복이 그 감정적인 의미를 갖게 됩니다. 매일이 휴일인 사람에게는 주말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는 것과 같이 이치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행복은 항상 즐거움만 동반되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불편함이 자연스럽게 동반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인간의 감정은 노자의 말씀처럼 양극단이 항상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 사이에 균형을 찾는 것이 진정이 삶이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 기쁨/두려움, 행복/불편, 고생스러움/휴식, 불안/설레임, 긴장/이완….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깊은 인상으로 남은 순간은 (따듯한 순간/깨닮음의 순간) 언제인가? 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고 때로는 곤경에 처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그 상황을 힘들고 고통스럽게 헤쳐나갔던 기억에 (그로 인해 느꼈던 안도감과 행복감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경쾌하지만 한없이 무거운 책, 소소한 일상을 중심으로 하지만 깊은 철학적인 고민과 형이상학적인 고찰이 깊게 자리한 책 .. ‘철학자와 늑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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