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서: 쇼펜하우어 소품집(아루투어 쇼펜하우어/박제현 옮김, pageZ) (2024. 5. 21.)

(Apr 24 ~ May 11, 2024)

저와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후배가 한명있는데 (애칭이 ‘맹’ 입니다), 맹이 선물한 책입니다. 그 후배는 IT 회사에서 마케팅 팀을 이끌고 있는데, 트렌드를 잘 알고 어느정도 보폭을 같이하는 친구입니다. 작년 말에 회사 행사에서 보고 4월에 초에 만났는데,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읽는 책이라서 (본인이 중고서적으로 사서 본 후) 제게 읽어 보라고 주었습니다. (참.. 기특한 후배입니다. 유행과 무관한 삶을 사는 제게는 단비같은 존재죠, 그래서 제가 좋아라 합니다ㅎㅎ)

인문/철학관련 책에서 이리저리 많이 인용되는 쇼펜하우어 소품집입니다. 쇼펜하우어를 모르시는 분도 책 중에 언급 된 유명한 글귀들은 한두번쯤을 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삶은 고통과 번뇌, 두 가지 상태만 있다든지 ^^) 저는 그가 지나친 염세주의적인 관점을 지녔다거나 독설적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았고 ‘삶의 진정한 행복은 내면에서 시작되며(그 사람의 인격), 그 요인이 외부/세상에 있지 않다’라는 메시지가 중심입니다. 책이 200여년 전에 씌여졌다는 것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몇몇 불편한 내용도 (성별/인종/국가 차별적인 발언이나 지나친 기사/결투 문화에 대한 긴~ 비판 등등, ^^;) 잘 읽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행복(협의의 향략적인 행복) 자체에 집착하는 것과 그 행복을 외부에서(타인과의 관계, 주어진 환경과 조건 등) 찾으려하는 모든 노력들이 실제로는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 놓친 행복에 집착하는 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 과거에 일어 난 일을 되돌리려는 헛된 소망을 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악마가 욕망의 허상으로 인간을 유인하는 듯하다.

‘삶의 계획을 세울 때 (행복 해지기 위한 것 보다는) 고통을 피하도록, 즉 결핍이나 질병 등 모든 고난을 피하는 일을 목표로 하면 이것이야말로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 저라면 접근 방법을 다르게 설명하고 싶지만 여하튼 저도 크게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멋진 몸매나 건강 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외적 행복) ‘질병’을 피하고자 규치적으로 운동/생활과 균형잡힌 식생활.. 지나친 음주와 향략은 되도록 멀리하는 것. 미래(노년)의 궁핍을 피하기 위해 절약하고 저축하는 삶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부자가 되어 금전적인 여유와 행복을 추구함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높고 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식의 접근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과도하거나 이상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게 해 줍니다. 현실적인 이상주의라고나 할까요?

쇼펜하우어는 삶에서 마주하는 고통과 고뇌는 긍정적인 것이며 (상황을 해결 해 나가는 과정에서 개인은 발전과 성취감을 갖게되고), 향략을 쫒는 것은 인간에게 진정한 재앙을 가져온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맥락을 갖고 있는 것이 있으니.. 인간은 고통속에서 더 명확히 사고하게 되고, 이를 극복 해 가는 과정에서 한 단계 높아진 자신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 세상에서 고통없이 얻을 수 있는 발전과 성장은 없다’와 일치합니다. (No pain No gain)

삶의 품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제가 존경하는 영업 임원 중 한분이 쇼펜하우어와 같은 맥락의 명언을 (아주 직설적으로) 해 주신적이 있습니다. ‘인간 누구나 마음속에 똥개 한마리가 있거든. 사납고 안하무인인데다가 조금한 불편하면 꼴 사납게 컹컹 짖어대는.. 매일 저녁마다 그 개를 꺼내서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던 그 분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 가장 고상하고 고귀한 인간도 그 내면에 동물적 본성 – 저급하고 세속적인 기질이 있다. 그러므로 내면의 천민을 자극하여 혼란을 일으키게 만들면 안되고, 그들의 추한 몰골이 눈에 띄지 않도록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게 해서도 안되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자신 내면의 저급하고 세속적인 기질을 어떻게 하면 잘 다스리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품격을 정한다. 제가 이 부분을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러한 기질이 없는 사람이 있다거나 아니면 노력과 수양을 통해서 제거할 수 있다라고 접근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얼마나 자신의 감정을 잘 인지하고 상대/상황/조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쇼펜아우어의 제안은 ‘.. 모든 불쾌한 일은 되도록 가볍게 받아들이고 단조롭고 절제된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하고 가치없는 일이라도 골똘해지면 정작 중요한 생각과 일을 밀어내고 그 일이 점점 크게 보이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허세‘에 대해서도 여러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종종 저를 내세우고 싶은 충동과 유혹에 빠지기도 하고 실제 그렇게 행동하기도 합니다. ㅎㅎ (쥐구멍은 어디?)

’.. 허세 자체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속임수이므로 비겁하다. 자기 실제 모습이 아닌 남에게 더 낫게 보이길 바라는 모습을 조작해 자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과시하는 행동을 보이면 바로 거기에 그 사람의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말로 어떤 개성(실력)을 온전히 지닌 사람이라면 그 개성을 드러내거나 과시하지 않고 묵묵히 만족한다..‘

결론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허세는 그 사람을 더 낮게 만들어 버린다는 겁니다.

쇼펜하우어가 그 가치를 높게 산것이 ’침묵‘입니다. 저는 당시 이직을 진행하고 있던 터라 특히 여러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진행 될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할 때는 ’꼭 필요한 말만, 진심으로 한다 (’과언‘과 ’정심‘)’을 많이 상기했었지요.

‘.. 사적인 일은 비밀로 하고, 가까운 지인이라고 해도 자기 눈으로 직접 본 사실 이외에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침묵은 신중함의 문제이고, 말은 허영심의 문제이다. 인간은 종종 침묵이 주는 이익보다는 말을 함으로 인해 얻는 일시적인 만족감을 더 선호하곤 한다.. 생각과 말 사이에 넓은 틈을 벌려두어야 한다..’ 많은 공감과 반성을 하면서 읽은 내용입니다. 자신의 비밀을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서 해방감과 안도감 그리고 공감을 얻고자 했던 적이 꽤 있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그 순간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르나 후회나 추가적인 고민거리가 되었던적 또한 많았습니다. (반성의 한숨)

’..인간은 보편적인 진리에는 둔감하고 무관심하지만, 개인의 사사로운 일에 관해서는 집착하는 성향을 보이므로.. 원수가 알아선 안될 일은 친구에게도 말하지 마라. 내가 나의 비밀을 지키면 그 비밀은 나의 포로가 된다. 내가 그 비밀을 누설하면 나는 그 비밀의 포로가 된다. 침묵의 나무에는 평화의 열매가 열린다. (아랍의 처세술 관련 격언 중)‘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잘 다스리는지에 대한 격언도 의미있습니다. ’..분노와 증오를 말이나 표정으로 나타내는 일은 쓸모없고, 위험하고, 어리석고, 가소롭다. .. 분노와 증오를 말이나 표정으로 나타내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저는 감정 자체는 지니고 있는 에너지 레벨만 다를 뿐 긍정적/부정적 감정으로 분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감정으로 인해 ’감정적인 언행‘이 문제를 만들게 되지요.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 상태인지 잘 인지하고 (Pause) 적절한 응답(Response not React)하는 것이 감정 유연성 (Emotional Agility)의 핵심가치라고 생각하고 이는 저자의 메시지와도 일치합니다.

삶을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은 ’결과(WHAT)‘에 집중해서 생각하는데, 쇼펜하우어는 ’원인(WHY)’에 집중해서 개선 포인트를 찾으라는 조언을 합니다. ’.. 미래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므로 그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그렇듯이 우리가 이제까지 모르던 이야기를 200년 전 그가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내용을 이야기하고, 머리속에 알고 있는 것을 얼마만큼 실천을 통해 삶에 녹여내느냐의 차이를 일깨워주는 것이지요. 삶의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점검할 때 한 번쯤 다시 볼만한 책 ’쇼펜하우어 소품집‘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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