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미세 좌절의 시대(문학동네, 장강명) (2024. 8. 31.)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장강명)‘ 산문집을 읽고, 작가만의 세상을 보는 관점이 좋아 그의 소설을 여러권 사 봤더랍니다. 그 후에 신간 소식이 있어 역시 망설임없이 구매해서 읽은 책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역시.. 장강명 작가야‘하면서 읽은 책 ’미세 좌절의 시대‘입니다.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 적어두지 않아서 (이제는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이 전혀 없는 이상한 증상에 시달립니다) 잘 모르겠으나, 8월 18일에 괜신히(?) 다 읽었습니다. (430 페이지에 나름 두툼한 책입니다)

장강명 작가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각종신문 및 잡지에 실었던 칼럼 중 구십여 편을 추려서 책으로 묶은 것이 ’미세 좌절의 시대‘입니다. 모든 글은 꼭지마다 200자 원고지 10매 안팎의 글이라서 약 네페이지 분량의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작가의 말‘에서 삶을 대하는 본인의 원칙을 이야기 하는데, ’개인은 존엄하다. 세상은 복잡하다. 사실은 믿음보다 중요하다‘라는 점이 글 저변에 면면히 녹아있습니다.

칼럼으로 기재한 내용이다 보니, 글이 쓰인 시점을 확인하면 맥락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곤합니다. 2019년 ’독립서점, 전통시장, 그리고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상당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가장 큰 장점이 ’효율성‘이고, 동시에 가장 큰 단점이 그 효율성이라는 단하나의 가치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우리 삶은 효율성 외에도 인권, 윤리, 사랑, 우정, 진실, 아름다움, 교양, 공동체의식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내 입장은 자본주의는 상당히 휼륭한 도구이자만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저도 크게 공감한 글이고, 작가와 같은 생각을 합니다. 초대형 마트/서점이 들어서면서 갈길을 잃은 동네 서점과 작은 상점들..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진로 상담 비슷한 대화를 하면.. ‘내게 뾰족한 해결책이 있을 턱이 없다. 정답은 누구도 모르며, 삶이라는 시험장에서는 각자 자신의 답안을 서술형으로 성실히 써내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으리라..‘ 둘째는 현재 중2이고, 첫째도 중학교 입학한 후 공통적으로 하던 푸념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계속해서 본인의 미래 직업과 꿈을 구체화하라는 압박을 받는 다는 것이죠. 아직 꿈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미래에 직업은 더더욱 모르겠는데, 수업마다 적으라고 하고 심지어 그 꿈을 위해 어느 대학을 갈것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라는 과제가 아이들을 압박한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꿈을 친구에 비유한 글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꿈이 꼭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친구가 꼭 있어야 하느냐’로 바꿔서 생각해보자. 친구가 의식주만큼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친구 없는 삶은 황폐하다. 친구가 있으면 덜 외롭고, 힘들 때 위로를 얻는다. 혼자라면 시도하지 않을 일을 친구가 있으면 같이 하게 된다. 그러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인간적으로 성숙해진다..

..(꿈도) 친구 만들기와 마찬가지로 이녀석 저녀석 어울리면서 시간을 보내다면 그중에 단짝이 생긴다..느긋한 마음으로 여러 분야를 살펴봐야한다. 다만 나이가 들면 친구를 새로 사귀기 어렵듯, 꿈도 탐색하기 적당한 시기가 있는 것 같다.. 한가지, 꿈은 동반자이지, 삶의 주인이 아니다.

자기혐오에 대처하는 요령.. 자기혐오에 빠지면 자기혐오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자신의 추함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아주 값비싼 시뮬레이터다. 엄청난 양의 당과 산소를 소비하면서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따위 답 없는 질문에 몰두한다. 그러라고 만들어진 기관이다. 인류는 수백만 년 전에 팔다리 근육보다 그 ‘고민 기관’에 투자하기를 택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자족했던 선조들은 굶어죽거나 잡아먹혔다. 걱정이 팔자였던 개체들이 후손을 남겼다. (ㅎㅎ)..

우리가 고민하고 자신에 대해서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더 나아지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변을 담고 있다. (^^)

한국어에 불만 있다..저도 직장 생활을 오래하고 나이가 들다 보니, 회사에서 대화 할 때 특히 어투와 존대에 대해 주의를 두곤합니다. ‘.. 후배들에게 손 아래 사람과 대화할 때, 사회에서 만난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끝까지 존대한다.. 가족/친구가 아닌 성인에게는 (또는 미성년자에게) 반드시 존대말을 쓴다. 존칭/극존칭은 아니라도 절대 반말을 하지 않는다..‘ 많이 공감하는 글이었습니다. ’..언어가 바뀌면 몸가짐도 바뀐다. 사회적 약자는 존댓말을 듣는 동안에는 자기 앞에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는 방어선이 있다고 느낀다..’

대화 시 자리에 없는 타인을 지징할 때도 존중을 담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개네들이’ ’그 인간들‘ ‘그 애들이’ 등등 하대의 표현을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와 같은 생각입니다.. 한국어가 이런면에서는 존칭/극존칭, 호칭 등이 쉽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관점으로 당시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나 사안을 다시 돌아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라면 글의 개수를 줄여서 반권 정도의 책으로 엮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짧은 글들이 특정한 맥락없이 흐르다 보니, 책 중반에 이르렀을 때는 꽤 오래 동안 책을 밀어 두었다가 보일 때마다 집어 들어 한두편 읽는 식으로 읽었습니다. 어찌보면 그것이 산문집의 매력일 수도 있지만 말이지요. 꽤 괜찮은 책이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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