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ction #1, 주주가 부자되는 기업이 과연 좋은 기업인가?
‘기업이란 무엇인가?’ (신장섭 저) 읽고,
‘주주가 부자되는 기업이 과연 좋은 기업인가?’라는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기업’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은 산업화 단계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의미와 기대치가 지속적으로 변해 왔다. 현시점에서는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며,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정도로 정리될 수 있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주를 부자로 만들어 주는 것 자체는 기업의 목표가 될 수 없으며, 기업의 존재 목적에 맞게 그리고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운영되고, 그 결과로 주주가 부자가 된다는 접근이 더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기업이란 무엇인가?’ 읽으면서 특히 좋았던 점은 이제까지 막연히 알고 있던 용어나 개념을 저자가 정한 8대 기업명제를 기준으로 명쾌히 설명해 주고, 또 벤처 기업(법인)의 설립부터 기업의 성장 단계 별 예시를 더 해 실질적인 이해를 도와주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1980년 대에 출현해 현재까지 맥락을 이어 온 ‘주주가치론’과 ‘이해관계자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자유주의 법인실체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간의 연구와 수집된 자료를 기반으로 주주가치론의 보여준 한계와 현재 자본주의 시장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크게 네가지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주주가치론은 종종 단기적인 재무 성과를 우선시하여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희생시키는 결정을 내리게 하고, 이는 지속적인 성장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와 혁신을 해칠 수 있다. 둘째, 주주가치 극대화에만 집중하므로 직원, 고객, 공급업체, 지역사회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쉽게 무시될 수 있으며, 이는 직원 사기 저하, 고객 불만족, 기업 평판 손상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주주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제품 품질 저하, 노동자 착취, 환경 파괴 등 비윤리적인 관행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관행은 궁극적으로 기업과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및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성과가 주가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기업의 성과를 주가의 등락에 따라 평가하다 보니, 이로 인해 기업의 의사 결정이 시장 변화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불완전한 전략 수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는 ‘주주가치론’이 갖는 명확한 한계는 임직원을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 또는 최적화해야 할 비용 대상으로 보는 것이고, 단기 이익을 우선 시하고 장기적인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 운영은 결론적으로 좋은 기업을 만들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기업은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을 통해 고객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고, 단기적인 이익을 유보해 장기적인 발전에 투자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필수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가 지목한 주주가치론이 갖는 한계와 시장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동감하고 지지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




주주가치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론이 1984년에 태동하기 시작해 현재는 경영학에서 주요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 배경에는 기업이 단순히 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였고, 환경 보호, 노동자 권리, 지역사회 발전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or ESG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대한 요구가 증가한 면이 크다. 또한 법적 및 제도적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며,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해관계자론 역시 기업의 영리를 추구하는데 목적과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업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문제점과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자유주의 법인실체론’이 필요함을 설파한다.
한가지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은 주주가치론의 문제점이나 개선점의 경우 많은 연구와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해 체계적으로 반론을 제기한 반면, 이해관계자론의 문제점은 대부분 명확치 않음과 모호성을 들어 많은 부분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정리된 것이다. 이해관계자론을 지지하고 있는 한사람으로써 자못 큰 기대와 함께 책을 읽어 갔으나 기존의 믿고 있는 가치를 흔들 정도의 반대 의견은 찾지 못했다. 물론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목표로 기업에 강한 압력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그리고 초재벌 기관 투자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위해 어떻게 기업의 경영 방침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결론적으로 소액 주주들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이제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부정적인 측면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 역기능에만 집중하고 그로 인한 선기능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 불균형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논할 때는 마치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관점 – ‘좋은 경영 성과를 내는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지배 구조다’ 라는 명제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한국의 상법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갖은 부에 대한 부정적인 잣대가 갖는 폐단을 지적하는 부분은 동의하나 모든 기업들이 적법한 범위 안에서 올바르게 운영될 테니 규제가 없어야 한다는 관점은 지지하기 어렵다.
나는 ‘이해관계자론’을 지지하는데 그 우선 순위가 1/고객, 2/직원, 3/주주, 그리고 그 외 이해 관계자 순으로 정리하고 싶다. 고객의 만족은 기업의 존속과 직결되는 부분이므로 고객이 가장 우선 시 되어야겠으나,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직원의 만족과 발전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업무에 보람을 느끼고 그로부터 가치를 찾는 직원의 생산성은 높을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임직원은 자연스럽게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 내고 결론적으로 기업의 혁신과 발전으로 연계되어 주주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된다고 본다. 기업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직원의 성장과 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동반 성장의 문화가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관심과 우선순위를 두고 경영에 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의 성과, 혁신, 그리고 장기적인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로, 직원의 충성도와 뛰어난 인적 자원 확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간 내가 일반적인으로 경영 용어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일천했던지와 책에서 주장하는 것을 모두 지지하는 것은 아니나, 의도적으로 해당 용어들이 (오너경영, 지배구조 등) 얼마나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인지하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최근 논의가 진행된 상법 개정 관련 동영상을 볼 때는 ‘아 저 패널은 이러한 주주가치론 관점에서 이사의 의무(선관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구나, 또 저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주주총회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의사결정을 공표하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폐단을 지적하는 거구나’ 등을 이해하는 자신에게 뿌듯함마저 느꼈다. ‘비즈니스 인사트 II’ 강의에서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으로 논문을 작성한 선배의 강의를 들을 때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갖을 수 없는 수준의 이해와 나만의 관점을 다시한번 정리하는 자신을 보면서, 다시한번 이번 독서의 의의를 깨닫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저자가 매우 한국의 (대)기업 친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업판단 준칙에 의거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강한 전제하에 집필했다는 느낌만 갖을 뿐, 책에서 하는 주장 모두를 중립적인 시각으로 판단하면서 읽을 수 없는 내 자신의 무지함이었다. 다시한번 관련 도서의 탐독이나 공부가 더 필요함을 깊게 느끼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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