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ction #2, 고성과 기업은 좋은 기업인가?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저) 읽고,
기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 대부분 회계 보고서 상의 매출 그리고 이익을(WHAT) 기준으로 ‘고성과’를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 성과를 어떻게 이루었나(HOW)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그 기업이 ‘좋은 기업인가’를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높은 이익과 매출 그리고 시장 내 고객 점유율 등 기업의 회계적인 성과 지표가 아무리 좋다 해도 그 성과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부도덕하거나 중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면 이는 절대 좋은 기업으로 평가될 수 없다. 이는 ‘기업이 왜 존재하는가 (WHY)’라는 성찰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으며,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 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혹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목적성에 의문을 갖을 수 있지만, 이는 단순히 선한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적인 ‘윤리적인 경영’의 측면이다. 우리는 이미 2008년 리만브러더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2013년 남양유업의 비윤리적 대리점 영업 방식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추락, 그리고 2022년 SPC 그룹의 파리바게뜨 제빵사 불법 파견 및 혹사 사례 등 윤리적인 경영을 소홀히 할 경우 기업이 존속 자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다수의 사례를 알고 있다.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 및 전략을 수립할 때 윤리적인 경영을 반드시 중심에 두어야 하며, 고성과를 위해 이를 외면한다면, 결코 ‘좋은 기업’으로서 신뢰받을 수 없으며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약 40년 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장주도적 세계화가 촉발시킨 능력주의와 기회의 공평성을 강조한 정책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고,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하면서 시작된다. 1970년에 시작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의 생산성은 크게 향상되었는데,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기반으로 1980년 시작된 시장주도적 세계화는 자유무역과 글로벌 시장의 확대가 주요 특징으로 자유무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낮춤으로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다. 결과적으로 1980년에서 1990년까지 미국의 GDP 평균 성장율은 7.6%로 눈부신 성장세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기술 혁신과 효율적인 생산 공정 도입으로 1980년대 대비 1990년대에는 연 평균 노동 생산성 향상이 1.5%에서 2.5%대로 증가하게 된다. 이는 생산 비용을 절감해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의 결과였다. 이 시기에 미국 내 대부분의 생산공장이 저임금 국가로 아웃소싱 되어 미국 내 생산 노동자의 일자리는 감소되고(1979년 대비 약 800만개) 서비스업과 기술 산업에 고용이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큰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특정 산업과 직업군에서는 고용 감소가 급격히 발생하면서 빈부의 격차 및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한 것도 같은 시기다.
정책적인 측면을 봤을 때 이 시기의 미국은 일자리를 잃어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적인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생산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 보다는 고용 시장의 수요가 서비스/금융/기술 재편되고 있으니, 생산 노동자들에게 고등 교육을 장려하고(기회의 균등), 교육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니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개인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기조를 취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회는 균등한데 고등 교육을 통해서 서비스/금융/기술 직군으로 이동하지 못한 개인은 노력이 부족하고 자신의 삶에 적극적이지 않은 낙오자라는 사회 인식을 형성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세계화는 경제적 성장과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고용 불안정과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세계화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했으나, 저자는 미국 정부 정책이 이를 충분히 감안해 사회 각 계층이 그 노동의 가치를 충분히 존중받고 골고루 기여할 수 있는 공공선의 가치를 기준으로 추진되지 못해 사회 불평등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샌덜이 지적하는 능력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배경, 즉 부모의 경제적인 수준 및 사회적인 지위로 인한 영향력이 매우 큼에도 절대적으로 공평한 기회가 부여되었고 오롯이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그 성공을 이뤄 낸 것으로 보는 것, 그리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기회가 공평했으니,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을 배려하거나 돌볼 필요가 없다라는 인식을 형성해 결과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한다.



나는 인생이 ‘시작부터 불공평하다’라고 보는 사람인데, 이는 인간이 삶이 갖는 원초적인 특성인 ‘피투성(thrownness)’ 때문이다. 내가 태어날 시대, 국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시작부터 공평할 수가 없고, 이러한 부분은 살아가면서 부모님의 DNA 덕분에 주어진 신체적 특성, 가족 환경 과 교육을 통해 남 보다 더 얻었던 기회, 행운 등이 삶에 크게 작용하게 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을 배려하고, 내가 더 누렸던 많은 것들을 사회에 환원하고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마치 자신이 이룬 성과가 모두 순수한 본인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라는 당위성을 갖게 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잣대는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데, 나는 기업의 성공이 단순히 그 기업의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전략만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많은 기업의 성과가 시대적인 배경, 시장과 기술의 변화 등 예측할 수 없는 운에 따라 크게 좌우되며, 무엇보다 이를 위해 같이 노력한 임직원, 공동의 목표로 협력하는 파트너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에 의해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고성과 지표를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 적인 투자 결정을 하기도 하고,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위한 조직 축소 및 대규모 감원 결정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사 결정 시 기업은 반드시 임직원 그리고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충분히 감안해야 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완화할 수 방법도 동시에 고민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경영자의 도덕성을 넘어 공공의 선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2023년에 시작된 Gen AI로 촉발된 사회적 변화는 1980년대에 급속히 확장된 공장 자동화와 매우 유사한 양상을 띄고 있다. 공장 자동화는 생산 노동자에게 주로 영향을 줬다면 Gen AI는 지식 노동자 위주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공장 자동화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교체로 인해 도입 기간 및 확산에 3-5년 정도 소요되었지만, Gen AI는 이미 일반화된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기술 기반으로 2023년 3월 GPT-4 출시 후 2년이 되기 전에 산업 전반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공장 자동화는 생산성 향상, 품질 개선, 그리고 노동자의 안정성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이와 동시에 고용 감소, 노동자 간 기술 격차의 심화,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소득 격차)을 초래했다. 나는 Gen AI도 유사하지만, 더 높은 복잡성과 더 광범위한 사회적인 영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HBR Mar/Apr 2025, ‘How is your team spending the time saved by Gen AI?’에 따르면 Gen AI를 통해서 모든 종류의 글쓰기가 40% 빨라졌고, 56%의 SW 개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MIT/MS Research/GitHub 발표). 본인 업무에 충분한 경험치와 통찰력을 갖춘 고급 개발자와 연구원들은 Gen AI를 통해서 본인의 생산성을 200%가량 확장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고, 이미 IT 업계 SW 개발자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신입 사원 및 초/중급 사무직 채용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2025년을 기점으로 더욱 확산되고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현재 사회 기득권 층인 4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의 전문가 그룹들은 Gen AI를 통해 자신의 사회 정년을 그 어떤 세대보다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사회 초년생들이 직장 생활을 통해 경험과 통찰력을 얻을 기회 자체가 감소되어 젊은 세대의 사회적 이동성을 저해하고,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사회 전체의 안정성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해 Gen AI를 도입하는 동시에, 사회 초년생들이 직장 생활을 통해 경험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공장 자동화 시대에도 경험했고 저자도 지적했듯이 이는 기업의 목으로만 남겨 둬서는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의 경제 정책을 마련해 기업은 젊은 세대를 의도적으로 육성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정부는 제도적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예산을 편성해 예측 가능한 사회적인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정책적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기업과 정부가 주도적으로 변화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사회적인 담론이 동시에 형성되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어떻게 사회적인 균형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도입하고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기업은 기술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생산성 높이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만큼 그로 인해 얻은 성과를 어떻게 임직원, 협력사와 함께 나누고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지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소비자, 시장, 그리고 배경이 되는 사회 저변이 안정적으로 존재하지 못한다면 기업도 그 영속성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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