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소한 인류 (이상희, 김영사) (2026. 1. 1.)

최안아 책방의 11월 도서, 한국인 최초 고인류학자의 삶에대한 이야기.. 책을 든 나는 약간은 심드렁했습니다. 회사 일과 학교 레포트로 심신이 복잡하던 11월, 기대없이 책을 펼쳤지만 이상희 박사님의 삶과 그 삶을 마주하는 그녀의 시선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특히 고인류학 분야에서 여러 최초 타이틀을 지닌 그녀가 살아낸 치열하지만 차분한 삶의 면면이(개인적인 그리고 전문적인 커리어 관점에서도) 깊게 와 닿았습니다.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분이지만, 여자이고 여성 비율이 낮은 직종에 있다는 공통점이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접점이 있음을 느끼게한 책입니다. ‘명함에 없는 이야기‘ 편에서,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을 핑계 삼는 것도 일종의 책임 회피가 될 수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전면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었다..‘ 크게 공감되는 부분이고, 저도 같은 이유로 바쁘다/시간이 없다 라는 이유를 뒤로하고 여러 행사나 기회가 있으면 되도록 발표나 연단에 스려고 노력합니다. 부정적인 시선이나 이야기가 들릴 때 마다, ’.. 나를 응원하고 내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동일한 메시지를 나에게 들려주곤 합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잘못 해석되고 회자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안들 – 저 출생/비혼, 남/녀에 대한 성역활, 성에 대한 편견, 여성/노년에 대한 시각 등 인류학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객관적인 설명과 관점을 제시하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여자인 저도 사회적 통념이나 매우 편향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책을 읽는 동안 몇번이고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 ’왜곡된 본능에 인간을 끼워 맞추는 일은 과학 지식의 잘못된 전달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인간이 환경이나 상황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 해 왔는지를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일상을 돌아 보면서, ‘.. 어처구니없는 부패와 막무가내와 억지에도 사람들은 곧잘 익숙해 진다.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는 생각도, 고약하다는 생각도 못하고 그러려니 하면서 살게된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의 막강한 적응력을 경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부분을 읽으면서 생각에 빠집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일한지 일년 반의 시간이 흐른 이시점, 처음에는 문제가 있다고 느낀 부분에 이미 익숙해 져 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부당하다고 느껴야 하는 부분을 그러려니.. 하면서 지내고 있는 건 아닌지??

특히나 크게 공감한 글 ‘시간과 싸우기’에서는 저자가 워킹맘이자 항상 공부하는 사람으로 얼마나 치열하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해 왔는지를 읽으며 제 삶도 뒤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 결국 시간과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는 나를 잘 알아야 했다..’ 저는 시간과 싸운다기 보다는, 어떻게 주어진 시간을 조각 시간까지 활용 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쓸까?를 고민 해 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여건 상 크게 시간을 할애 해 영어나 추가적인 공부를 하기 어려우니, 이동하거나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짜투리 시간도 최대한 잘 쓰려고 노력하면서 살아 왔거든요. 그러한 5분, 10분, 20분이 모이고 쌓여서 후에 큰 차이를 만들어 냈다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월급쟁이 교수’ 편에서는 여성들의 지나친 자기 검열이 커리어 상 어떠한 부정적인 영항을 미치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관련 연구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 겸손한 태도일 수 있으나 여성에게 더 강요되는 사회화의 결과이기도 하다..나 역시 이 경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일찌감치 나의 한계를 정했다.. 내가 실제로 가진 것의 1.5배를 가졌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이 조언은 물론 내게도 적용되고 주기적으로 이것을 새기지 않으면 어느새 마음이 스멀스멀 쪼그라든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이부분은 저도 크게 공감하는 부분으로 특히, 주기적으로 되새기지 않으면 쪼그라 드는 내마음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과정보화 시대를 넘어 AI가 도래한 이 시대의 교수법은 ’잘한 부분을 찾아내어 칭찬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어 긍정적인 면학 분위기를 만들어 내야 하는 접근‘을 기술한 부분은 학교를 넘어 현 회사에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못한 일을 다그치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잘한 일을 찾아 내 칭찬하는 것으로 시작하라!! (95% supportive feedback) 그리고 누군가의 의도가 선의였다고 해도, 화자로 인해 불쾌감을 느낀 사람은 자기전에 이불킥을 하든, 상대방에게 분노를 표출하든 감정노동을 치르게 된다는 이야기. 특히 기득권자는 그 불필요한 감정 노동을 덜어주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된다.라는 부분은 조직 문화 관점에서 의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단락단락 깊이있는 식견과 신선한 관점이 공존하는 책 그래서 그 독서가 큰 의미를 선사한 책 ’사소한 인류‘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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