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온 가족이 교회를 향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단지 내 여러 나무들이 색색의 나뭇잎들을 떨궈 아름다운 가을을 한창 연출하고 있었지요. 저는 길 위에 떨어진 낙엽을 보면서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었구나..’ 생각을 하면서 둘째 쏭글이와 손을 잡고 걷고 있었습니다.
(쏭글이 초1, 말랭이 초4)
쏭글이 : (애처러운 목소리로) 엄마, 나는 길 위에 나뭇잎들을 밟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무에서 떨어져서 아프고 속상할 거 같아서…
말랭이 : (건조한 목소리로 뒤에서 아빠와 걸어오면서) 야, 이미 생명이 없는 거야. 나무에서 나뭇잎에 분리되는 순간 숨이 끊어 졌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래서 고통이나 슬픔 이런 게 없다고!!
….허걱! 아무리 두 공대생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하지만 아기 때는 감성이 풍부한 첫째였는데… (아무래도 과학동아 등 과학 잡지를 오랫동안 구독해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쏭글이 : 그래도 나는 그렇게 생각이 안된다구!
(길에서 아빠를 기다리며 수북히 쌓인 낙엽을 살짝 밟아 보면서) 엄마, 아무래도 가을은 슬픈 거 같아요…
두 아이들이 각자의 생각을 표현할 때 저는 정말 둘이 다르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합니다. 나뭇잎에 대한 다른 생각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부분을 어떻게 잘 키워줄 수 있을 까를 동시에 고민을 해 보곤 합니다.
아이들의 전혀 예상치 못한 느낌과 설명을 들으면서 이를 통해서 새로운 관점을 깨닫고 더 진지하게 배우곤 합니다. 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요…(딱딱해진 껍질을 뚫고 나오는 부드러운 새순같다고나 할까요?) 저는 아이들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을 경험하고 다시 한번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첫째 말랭이도 5살 때 비슷한 말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따듯한 4월, 봄 햇살을 받으며 여유롭게 산책하던 중 말랭이가 새싹이 막 움트고 있던 쥐똥 나무 가지를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오키 : “봄이되면 나무 가지에 물이 오르고 기온이 때듯 해 지면 이렇게 새싹이 나오게 되는가야. 귀엽지??”
말랭이 : (예상했던 반응과 다르게 아주 안스러운 표정으로) “엄마, 나뭇가지가 많이 아프겠어요. 새싹이 이렇게 살을 뚫고 나오니…”
저는 깜짝놀라 ‘아..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나는 가을 낙엽에 대해서 그리고 새로 돋아나는 새싹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었던가.. 라는 한줄기 싱그러운 바람이 스쳐가는 기억이었습니다. 이러한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 해 오래동안 기억하고 싶어 블로그에 적어봅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