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로 책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곤 하는데(주로 반성을 하지요) 최근 ‘이제는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라는 책을 읽다가 죽음으로 인한 삶의 유한성과 지금 내게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 생각하고는(초5, 초2의 두 딸, 가족) 지난 15년 이상 유지 해 오던 이른출근 시간을 10시로 변경하고 아침을 아이들과 함께 먹고 같이 집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3주째인데… 생각보다 힘든 하루하루 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1시간 30분정도 일찍 출근 해 중요한 업무를 정리 및 준비하고 10시부터는 주로 미팅이나 업무 협의 등을 했는데, 집중력 높은 아침 2시간이 사라지고 바로 회의와 협의를 하다보니 하루종일 시간에 쫒기고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없이 너무나.. 번잡합니다.
이번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교 앞에서 헤어져 부랴부랴 회사에 거의 도착했는데 양호실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말랭이 고열(38.5)과 복통으로 양호실에 와 있습니다. 해열제가 투여가 필요하고 병원진료.. 연락 부탁드립니다” 아침에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아프다는 말도 없었기에 평소와 같이 서둘러 등교했는데..(월요일 일정으로 머리가 복잡하고 무심한 자신과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심경이 복잡 해 집니다) 전화 해보니 고열과 어지러움으로 양호실에서 누워있는 말랭이. 회사에 일단 도착 해 오전휴가를 신청하고 바로 다시나와 택시를 탔습니다. 오늘 이모는 이모부와 함께 허리 진료 차 원격지 병원에 가셨고 남편은 회사에서 외출이 힘든 상황. 그럼 저는? 저도 10시부터 12시까지 월요일 회의가 꽉차있고 오후 2시에는 외부 미팅이 있었습니다. 다행이 오전 미팅은 제가 소집한 미팅이 아니라 회의 통화로 참여하면서 학교로 가고 아이를 만나 병원에 가고 점심을 먹고 했습니다. 모빌리티의 힘이라고나 할까요?! (오전 내내 이어폰 끼고 중얼중얼)
양호실에서 아이를 만나 부슬비 내리는 길을 걸어오는데,
말랭이 : 엄마, 양호실에 누워있는데 웃기기도 하고 마음이 좀 짠해지는 일이 있었어요.
나 : 그래? 뭔데??
말랭이 : 양호 선생님이 좀 자라고 해서 해열제 먹고 누워있는데 옆 칸막이 너머 침대에서 1학년 남자애가 계속 훌쩍훌쩍 우는 거에요. 저는 신경도 쓰이고 잠이 안왔거든요. 양호 선생님이 오셔서 ‘많이 아프니? 엄마에게 전화 해 줄까?’ 하니까 아이가 ‘ 엄마는 안되요 선생님, 아빠한테 꼭 전화 해 주세요.. 훌쩍’
나 : (아.. 편부모인가.. 이런..) 그래서?
말랭이 : 그래서 양호 선생님이 ‘왜 엄마는 전화 못 받으실 상황이시구나?’ 그러자 아이가 갑자기 엉엉 울면서..’엄마는 오늘 회식 가셔야 되서 안되요. 그러니까 아빠한테 전화 해 주세요’…
나: (아..) 그래서 아빠가 데릴러 왔어?
말랭이 : 아니오. 아빠가 전화를 안 받아서 엄마가 오셨더라구요. 그런데 아이가 엄마를 보고 서럽게 우는 거에요. ‘엄마 회식은..?’ 엄마가 아이 손을 잡으면서 ‘엄마는 회식에 다음에 가도 되니까 걱정하지마..’ 그래서, 전 좀 우습기도하고 마음이 짠하기도 했어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양호실에 도착하기 전 서둘러 들렀을 엄마와 속 깊은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물론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애잔한 장면이 아닐 수 있습니다. 희극적인 요소가 강할 수 있는데 제가 처한 상황이 있다보니 제게는 눈물 글썽이는 순간으로 다가온 것일 수도 있지요. 집에 도착 해 죽을 데워서 먹이고 다행이 이모가 집에 1시까지 오실 수 있다고 해서 약 먹이고 아이를 침대에 혼자 뉘워놓고는 안스러움을 뒤로한 채 12시 3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2시에 미팅이 있으니 서둘러야 하는 저는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저는 상황이 좋습니다. 말랭이는 초5라서 집에 혼자있을 수 있고 자고나면 괜찮아 질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엄마를 안심시켜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혼자있는 가현이를 걱정하며 30분 후에 이모가 집에 서둘러 오실겁니다. 이런 다행스러운 상황이 아닌 많은 맞벌이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가 아프면 맞벌이 부모들은 특히나 힘이 듭니다. 부슬비 내리는 날씨만큼 마음도 가라앉는 월요일 오후입니다만..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많은 맞벌이 엄마와 아빠들, 힘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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