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침부터 평소와하는 다른 긴장과 부산함이 있었습니다. 제시간에 일어났지만 새벽잠을 설쳤고 마음은 조급했지요. 아침일찍 스키강습을 받으러 가야하는 말랭이… 말랭이는 서두르는 것이 없는 아이입니다 (물론 자기나름의 서두름과 걱정이 당연히 있겠지요. 하지만 성미급한 제게는 상대적으로 그리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아침 6시30분부터 무척이나 다그쳐서 깨우고 먹이고 준비 시킵니다. 그러는 내내 ‘빨리빠리.. 아 정말 쫌!! … 야 시계를 좀 봐봐!! 어—얼른!!’ 을 얼마나 외쳤는지 (그것도 짜증스러움을 담뿍 담아서) 같은 모둠의 아이가 늦잠을 자서 결론은 한참이나 더 기다리고 출발한 아이, 집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이 파도처럼 밀려와 저를 자괴감의 바닥으로 내리 눌렀습니다.
이제 6학년이 되는 말랭이.. 여느 아이와 같이 핸드폰을 붙들고 삽니다. 아이들과 카톡하고 게임하고 좋아하는 동영상에 푹 빠져서 지내고.. 저는 아이가 한참 엄마를 찾았을 시기에 파트타임 MBA를 다니고 진급 프로세스 내에서 안달하면서 2년여를 지냈습니다. 작년 말 딸아이의 눈물을 통해 엄마의 부재를 심각하게 느끼고 나서야… 야심차게 세웠던 공부계획을 미루고 출근 시간을 10-7제(10시 출근, 7시퇴근)로 변경 후 아이와 접점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인데.. 제가 생각해도 한심한 수준이라 우울 해 지는 아침입니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제가 놓쳤던 시간의 몇배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이제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뭔가 짜자잔~ 하면서 일어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인것도 알고 있습니다. 사람의 쏟은 정성과 마음은 얼마만큼의 시간(노력)을 기울였느냐로 귀결됩니다.
모든 인간에게 유일무이하며 예외없이 공평하고 명확하게 유한한 자산 – 바로 ‘시간’이지요. 하지만 삶에는 적시성이라는 것이 있어 그 시기에 꼭 필요한 만큼 시간과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 것이있고 (물론 그 때를 놓친 후 다시 만회 할 기회가 올 수 있습니다만) 적시성을 놓치면 그 효과나 원하는 결과는 다른 양상을 띨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제 생각에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는 적시성이라는 것이 좀 더 치명적인 듯 싶습니다….아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고 부모는 상대적으로 나이 들어가니 말입니다.
이렇게 머리로는 생각하고 정리되고 하지만 상황이 닥치면 또 본질을 잃어버리고 순간순간의 현상에 파르르 하면서 지냅니다. 그때마다 자신을 위로하는 문장을 꺼내서 봅니다 – “인간은 절대적으로 불완전하다. 단지 좀 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출근 시간을 변경하고 생각 해 보니 제가 20년 가까이의 회사생활동안 거의 8시 전에 출근 해 업무를 정리하고 준비하는 패턴의 삶을 살다가 (아침 8시 – 10시, 2시간 동안 그날해야 할 주요 업무나 발표내용 정리 등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을 마무리하고, 주로 10시부터는 회의나 기타 업무 협의를 진행하곤 합니다) 아침 2시간이 사라지고 바로 회의에 참석하다보니.. 회사일이 정리가 안되고 쌓이고, 놓치고, 커지고, 조직변경으로 인한 팀장업무 대행이 켭치면서 연말평가/개인면담 등 업무가 많았던 시기라는 것이 한몫을 더했지요.
아침을 후다닥 준비해서 서둘러 같이먹고 10여분 정도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서 같이 등교합니다. (저에게는 정말 정신이 번잡한 아침입니다. 아이들과 하루 잘 보내라는 인사로 헤어져 서둘러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1시간 10분여에 걸쳐 출근합니다) 실제 같이 보내는 아침 시간은 1시간 정도로 길지는 않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공감하는 것과 이해하는 면이 많아져감을 느낍니다.
변경된 패턴으로 회사 생활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저도 제 주변도 익숙해 져 이제 지낼만 해 졌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방학이지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지 않고 평소와 동일하게 일어나 1시간 30분 정도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서 아침의 황금같은 여유를 만끽하면서 지내고 있지요. 이도 다음주이면 끝이나고 퇴근 해 집에오면 평균 9시쯤되니 저녁 시간에 다른 일을 계획하기 쉽지 않고 시간이 늦을 수록 눈이 퀭해져서(11시 전에 자야하는 습관 때문에) 씯고 자기에 바쁜 나날..
후배가 말하기를 직장맘은 하루하루를 업무와 육아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쓰며 사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집중하는 시기 그리고 아이들에게 신경쓰는 시기로 나누어 긴호흡으로 균형을 유지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그의견에 크게 공감되는 요즘입니다. 부족하지만 노력하고 있으니 점차 나아지리라고 자신을 보듬고 위로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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