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오니 초록에 둘러 쌓여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시원한 빗줄기 지나간 시골집 마당 가운데 서면 한여름엔 만나기 어려운 선선한 바람에 나무입 흔들리는 소리로 머리속이 꽉 차올라 다른 번잡함이 자리할 틈이 없습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저는 마당 한켠에 서서 커다란 행복감을 느낍니다..

과수원에 나무와 풀들이 오랜 가뭄 끝에 큰 비를 맞이하고는 다투어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 초록의 생동감에 저는 덩달아 마음이 들뜹니다.
추석 전에 수확하는 부사 사과는 아직은 알이 작지만 늦가을 사과답게 단단하고 야무지게 여름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에는 과수원이 온통 사과나무 였는데 심각한 동해로 고민 끝에 아버지는 사과에서 복숭아로 전환하셨습니다. 그 기간이 아버지에게는 상당한 도전이자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셨을테지요. (지금 생각하니 Business Transformation을 과감히 추진하신 아버지, 복숭아와 사과는 가지치기부터 수확까지 많이 다른 전문성을 필요로 하거든요)
지금은 한켠에 두 구르 정도만 옛추억을 떠올리시며 가꾸고 계십니다.


기후 변화를 많이들 이야기 하지만 평생 과수원을 해 오신 부모님께서는 특히나 더 실감을 하십니다. 7년 전에 남동생이 ‘이제는 노지에서도 블루베리가 잘 자랄 수 있다’며 흥미로 사다 심은 블루베리 나무에서 몇 해 동안 통통한 블루베리 생과를 따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겨울 혹한으로 아쉽게도 죽었구요. 비슷한 때 심었던 아로니아는 정말 가지가 휘어져라 열매가 빼곡하게 달립니다. (생과로 먹기에는 시고 떫어서 가공해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환을 지거나 갈아서 다른 음료와 함께 섭취 등) 개인적인 매력도가 낮습니다)

부모님은 아침에 야채쥬스를 만드실 때 아로니아를 꼭 넣어서 드신다고 하십니다.
봄에는 그 향긋함에 나물로도 먹고 삼겹살 구워서 쌈으로도 먹으면 너무나 맛있는 ‘참나물’, 예로부터 그 맛이나 영양적인 면이 뛰어난 모든 것들에게 ‘참’이란 접두어를 붙였던 슬기로운 우리의 조상님 (참기름, 참나무, 참미나리…그 반대는 ‘개’죠 – 개살구, 개복숭아, 개다래 등등) 부모님도 참나물을 좋아하셔서 집 뜰에 둘러 심으셨고 봄에는 그 잎을 따 시원한 물에 씯어서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싸먹곤합니다. 이런 참나물이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귀엽고 예쁜 꽃까지 피워 뜰을 더 아름답게 해 줍니다.

자신의 일생에 최선을 다하는 식물들의 여름을 보면서 좀 더 열심의 마음으로 내 삶을 돌봐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이런저런 핑계로 최선을 다해야할 이 여름을 한발 물러서 한숨을 쉬고 있지는 않은 지…
어느 일본 고고학자가 2천년을 땅속 창고에서 있던 씨앗이 무엇인지 알고자 화분에 심고 물주어 햇빛에 잘 드는 창가에 두고 돌보며 기다렸습니다. 1년을 기다리자 싹을 틔운 목련나무 씨앗, 10년이 지나자 하얀 꼿을 피워 낸 백목련. (‘여행, 혹은 여행처럼’ 중에서) 언제든지 여건이 갖춰지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싹을 틔우고 최선을 다해 사명을 완수하는 식물을 보면서 내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한여름의 시골집 마당입니다.
바람이 그리고 흔들리는 나무잎 소리가 참 좋습니다. 여러 새들이 간간히 울어대고 호랑나비가 열심히 탱나자무 위를 날아다닙니다. 오후가 되면 고속도로를 달려 다시 집으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쉬움도 크지만 초록의 열심을 생각하며 저도 최선을 다해야 겠지요. 그래서 삶이 아름다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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