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 2023년 김장하기 (2023. 11. 25.)

달력에 11월 19일(토)에 동그라미를 치고 ‘김장하는 날’이라고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작년에는 토요일 아침에 부모님 댁에 가서 김장만 담아 왔는데, 올 해는 금요일 오후에 내려 가 토요일 아침부터 김장을 하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저야 항상 주방 보조 수준이지만 말이지요)

김장은 사실 재료를 준비하는 데 더 힘이 듭니다. 배추, 무우, 그리고 갓 등을 과수원 한켠에 있는 밭에서 수확하고, 1차 다듬어서 자르고, 그리고 소금에 절이는 것이 가장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금요일 늦은 오후 부모님 댁에 도착하면 사실 가장 힘든 일은 다 해 놓으신 상태입니다. 저는 토요일 아침 햇살이 퍼질 때 부터 절여 놓은 배추를 큰 통에서 꺼내 깨끗하게 씯어서 물기가 빠지도록 정리하는 일부터 합니다.

항상 배추를 씯을 때마다 .. 엄마는 왜 매 해 배추를 점점 더 많이 절이시는 걸까??.. 참 부지런하시고 나누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 이집/저집 김장을 챙기십니다. 작년부터 부쩍 나이드신 부모님을 뵈면서 ‘올 해 이렇게 부모님과 김장을 할 수 있는 게 감사한 일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켠이 애틋합니다.

매 해 김장을 하는 날은 특히 춥고, 올 해도 예외없이(^^;) 영하 5도 날씨에 과수원 한켠에서 배추를 씯는 일은..아 역시.. 너무 힘들고, 허리/팔 다리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매 해 김장이 참 맛있습니다. 가족 행사가 된 김장, 김장 육수를 만들 던 솥에 이제는 수육을 삶아서 김장 속이 만들어 지자 한입씩 배추와 속에 싸서 먹습니다. 그 맛이란.. 이게 김장이지!!!

잔뜩 싸여 있는 각자의 김치통에 배추와 속을 버무려 담습니다. 김치 냉장고 모델이 다 달라서 통도 각양 각색입니다. 이 작업도 역시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이제는 허리와 팔이 내 것이 아닌 상태가 됩니다. 김장을 하고 나면 이를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일.. 큰 통들을 씯어 엎어 놓고.. 각자 김치통과 부모님이 챙겨주시는 사과, 햅쌀 등을 차에 부지런히 싣고는 각자의 집으로 출발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평소 시간의 거의 두 배인 3시간 가량이 걸립니다.. 모두 시골에서 김장해서 올라오는 길인가 봐.. 길이 이렇게 밀리다니!!! 토요일에는 김장하고 일요일에도 번잡해서 제대로 쉬지 못했더니.. 이번주에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한의원에 다녀 왔습니다. 한의사 말씀이 피로가 누적되서 그런 것이니 푹 쉬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라는 ‘좋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

몸져 누우신 엄마와 이모에게 내년에는 김장을 사먹자고 항의 합니다. 하지만 극구 괜찮다는 엄마를 뵈면서.. 좋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올 해 김장도 참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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