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나 발표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이 듣습니다. (최근에는 학교도 다니니, 교수님 수업, 선배들 강의 그리고 수업 중 팀프로젝트 공유 등 동기들의 발표도 많이 듣지요) 누군가가 발표 전에, ’이번에 제가 발표하는 것을 잘 듣고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 지 피드백 꼭 부탁드립니다‘라고 부탁합니다. 사실, 저는 누군가의 발표를 보면 항상 한두가지 개선점을 노트해 둡니다. 발표자에게 전달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죠.
예를들어 적어뒀던 것을 보면,
(발표 화면을 참조하고자) 청중에게 등을 돌리는 시간이 너무 길거나 자주 있다.
전반적인 에너지가 좋지만, 고저가 없고 계속해서 높으므로 (세션이 30분 이상이 되면) 피곤함이 느껴진다. (계속 소리 지르는 듯한 느낌) 또는 지속적으로 낮아서 지루함이 느껴진다 (여러 교수님들의 강의 ㅎㅎ)
너무 발표 속도가 빠르고, 중간에 쉼이 없어 청중이 생각할 겨를이 없다. (폭포수 같은 세션)
문장 연결 시 습관처럼 나오는 filler (예, ~에, ~어.. 흔히 ’아‘ 체커라고 하죠)
하나의 발표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문구가 있다 (예, 일단은, 확실히, 이게 그러니까 등)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빼었다 또는 제스처를 강조의 표현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리듬처럼 흔든다. 등등등
하지만 최근에 참석했던 2개의 세션이 제게 다른 관점을 줬습니다. 그 두개 세션의 공통점은 ’지나치게 완벽했다‘ 였습니다. 하나의 세션은 아나운서로 퇴직하신 분의 ’임원을 위한 스피치..‘였고, 나머지 하나는 모 회사의 CEO 분이 본인 회사 및 인더스트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전 아나운서 출신의 교수님은 발음, 맥락, 청중을 리드하는 카리스마,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피력하는 부분까지 (심지어 목소리까지) 전문가의 진면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강의였습니다. CEO 특강도 제가 들었던 그 어느 CEO 강의 보다 훌륭한 발표 실력을(발음, 속도, 스토리의 서론/본론(클라이맥스)/마무리/중심 메시지(key take away), 또 저음의 차분한 목소리까지) 보여주셨고,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당연하지만) 본인도 자신이 발표를 잘 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ㅎㅎ
처음 전아나운서분의 세션을 들었을 때, 너무 완벽하고 좋았지만.. 저는 뭔가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그게 뭐지??) 당시에는 그 아쉬움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았습니다. 오래간만에 정말 질높은 스피치 강의를 들은 느낌은 확실했습니다. 강의 중 본인이 얼마나 많은 CEO 및 정계 인사들을 코칭했고 (고가의 코칭 세션으로 ㅎㅎ) 그 효과가 있었는지 살짝 피력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CEO 특강을 듣고 그 아쉬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사람 만의 개성 또는 그만의 인간적인 서사를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 었습니다. 완벽하게 연습된 목소리/속도 (Tone & Manner) 그리고 계획된 고/저 – 청중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적절히 배치된 포인트들 그리고 상황에 맞게 연습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표정과 제스처들..
만약 15분/30분 정도의 세션이라면 그렇게 인공적이라는 느낌을 갖지 않았을 수 있는데, 1시간여 지속되자 (제가 특이하거나 민감한 인간이라 그럴 수 있지만 ^^) 첫 30분에 느꼈었던 와우가 (지속적으로 반복되자) 뒤로 갈수록 약간은 이질적으로 다가 왔었습니다.
잘 재단 된 발표자가 하는 완벽한 프리젠테이션도 좋지만, 저는 발표자의 개성이 확연히 들어나는 세션이 더 좋은 거 같습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감출 수 없는 에너지와 애정,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자신만의 서사와 한두개의 웃음을 자아내는 실수들..혹시 우리가 AI 시대에 살고 있어서 더 그런걸까요?
(전아나운서 교수님 같은 분들의 스피치 강의를 듣고) 양산된 뛰어난 발표자들의 강의를 들으면 마치 복제된 완벽한 피지컬 AI이가 또는 AI로 제작된 동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어서 벌써부터 거부감이 드는 걸까요?
세상에 완벽한 것은 그 무엇도 없다고 하지만, ’모두 완벽함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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